노지 조황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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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놓친 선암지의 대물(?)-3-

붕어꾼 4 2,712
<br> 장마철 우중충한 날씨는 어둠을 일찍 몰고 온다. 그때 그곳에서 낚시를<br> 즐긴 사람은 우리말고도 서너 명 더 있었는데 날이 저물자 그들은 모두<br> 돌아가 버렸다. 결국 그 산 속 깊숙한 저수지에 우리들만 댕그라이 남게<br> 되었다. <br><br> 가볍게 낚시를 하고 올 생각에 야영 준비가 되어 있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br> 후텁지근한 장마철이라지만, 그런 곳에서의 밤 날씨는 제법 싸늘했다. 얇은<br> 외출복만 걸치고 온 터라 온몸으로 느끼는 한기가 만만치 않았다. 난데없는<br> 대물 욕심에 엉뚱한 사람에게 생고생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br><br> 노루들의 울음소리. 이제는 그게 노루라는 걸 알지만, 당시엔 그걸 몰랐었<br> 다. 짙은 안개비로 음산한 저수지에서 들리는 그 찢어지는 듯한 노루의 울음<br> 소리... 남자인 나에게도 섬뜩한데 당시 밤낚시를 처음 해 본 집사람에게는 <br> 그야말로 자지러질 듯 두려웠을 것이다. 곁에서 이빨 부딪치는 소리를 참아<br> 가며 결사적으로 그 두려움을 견뎌보려 하지만, 집사람이 겪는 고통은 이만 <br> 저만이 아녔을 것이다. <br><br> 여름밤은 짧다. 해변 가에서 친구들과 잠시 술을 마시다 보면 이내 밝아지<br> 는 게 여름날의 밤이었다. 하지만 그 날의 그 여름날 밤은 내 생애에 있어서 <br> 가장 길고 힘든 밤으로 남아 있다. 언제 내릴지 모르는 폭우도 겁나는 일이<br> 었지만, 그 시시각각으로 조여드는 음산한 공포 분위기는 이 세상이 다 끝나<br> 도 결코 아침은 올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었다. 그렇다고 남자인 나까지 두려<br> 워하는 척 할 수는 없는 일. 밤낚시라는 게 으레 이런 것이노라 하면서 애써 <br> 태연한 척은 했지만, 사실 난 그때 집사람이 곁에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단<br> 박에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br><br> 그 날 밤에 걸어 올린 건 혼인색으로 잔뜩 치장한 애매한 피라미들 뿐. 어른 <br> 팔뚝만한 장어니 6척(尺)에 가까운 잉어니 하는 대물은 입질은커녕 그것들<br> 의 물소리조차 듣지도 못했다. 한 마디로 괜한 욕심에 엉뚱한 고생을 한 밤<br> 이었던 것이다.<br><br> 그 밤이 지난 지 벌써 20년. 결혼하기 전까지 집사람은 낚시를 그렇게 열렬<br> 하게 좋아 하지는 안 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안 했었는데, 그 일이 있<br> 은 후부터는 낚시. 그것도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아주 특이하고 불쌍하<br> 게 생각한다. 또한 내가 낚시 장비를 새롭게 바꿀 때마다 왜 그런 것에 헛된 <br> 돈을 허비하느냐며 두고두고 문책을 받게 되었다. 사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br> 집사람으로부터 낚시가 자연과 교감하는 건전한 취미라는 말은 한 번도 들<br> 어 본 적이 없다. 그 날 밤 그 저수지에서 내가 놓친 대물은 어쩌면 낚시라<br> 는 취미에 집사람 마음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 아닐지... <br><br> <br> 이제는 훌쩍 커버린 高1의 아들 녀석과 中2의 딸 그리고 갈수록 점점 무서워<br> 지는 호랭이 같은 집사람. 그들이 있는 내 집이야말로 내게 있어서는 이 세<br> 상 그 무엇보다도 더 큰 대물이거늘, 대체 무슨 대물을 잡겠다고 엉뚱한 물<br> 가에서 서성거렸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br><br> <br>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물가에 나설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시<br> 기에 참다운 낚시꾼이라면 곰삭은 수초 사이에서 단잠에 빠져있는 붕어를<br>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가족들을 둘러봐야 하는 게 <br> 아닐지 모르겠다. 가족에 대한 정성, 그것도 우리 낚시꾼들이 쏟아야 할 정<br> 성은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br><br>  또 무섭게 변해버린 집사람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연말에는 가족과 <br>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갰다. 내년에도 낚시를 즐기려면 미리서 <br> 이곳 저곳을 틈틈이 다독거려 놓아야 한다. <br><br> 감사합니다.<br><br>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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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주현
ㄳㄳ
태공
붕어꾼님  실제 저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한것같아  증말로 실감나게 봤읍니다..<br>행복한 연말 연시가 되시길,,,,
rainman
붕어꾼님,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고 멋진 단편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시는 일이 혹시 그 방면 아니신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가끔씩 재미있는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착한붕어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대목에서 많은것을 배움니다<br>늘 건강 하시고  웃음이 가득한 가정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