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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함 드셔 보세요.
무망
답변 5
1,209
2004-10-05 17:10
미소印
김신우-귀거래사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굽는 냄세에 다시 돌아온다는 전어시즌이 우리가까이 와 있는것 같습니다 근래에 몇번 먹었는데...전어가 달고 다니는 수식어 처럼 깨가서말 이라는 맛을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대부분 새전어(작은)지만 진하에서 맛보는 떡전어(크고,넙뜨그리)완 물론 비교할수 없겠죠 아시죠?막장에 매운 풋고추와 겨들이면 환상이라는것을.... 이가을에 떨어진 입맛을 가을전어로 보충 해보심은 어떠신지요!
▲ 두툼하고 길쭉하게 자른 전어회를 씹으면 뼈와 살이 섞여 고소하다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아욱국이 제철이다. 애지중지 길러온 벼가 어느새 밤낮 싸늘한 기운을 머금고 탱글탱글 하늬바람에 흔들리며 영글어 간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함치르르한 쌀밥에 어떤 반찬인들 살찌지 않는 게 없을 테지만 마침 싸리버섯, 꽃버섯, 송이에 능이까지 온갖 버섯이 코끝을 자극하니 오메 단풍만 오지게 들지 않는다면 이 찬란한 진수성찬에 허우적거릴 게 분명하다. 일상에 지친 몸을 깨우고도 남으리라.
마침 세상사 바짝 마르는 초가을이다. 온 몸에 있던 기름기마저 날아갈까 두려워 바깥출입하기 겁나지만 고향집 처마에 세운 연통엔 가벼운 김 연신 바삐 뽑아내며 서두르라고 야단이다. 얼른 석쇠 잔불에 놓고 생선 두어 마리 구워내라 한다. 그 풍경만 생각해도 구미가 당긴다. 먹어본 놈이 더 성화라고 간사한 입맛을 어찌 할 손가.
▲ 가을 하늘을 닮은 전어
시레기 된장국에 추어탕을 끓일라치면 손가는 데 수도 없이 많을 터라 에라 모르겠다. 전어나 서너 마리 구워 뼈째 어기적어기적 씹고 싶다. 굵은소금 살살 뿌려 구우면 “토도독 톡” 소리마저 맛있게 온 동네 퍼지고 잠자던 귀뚜라미도 깨어 다시 노래 부르리라.
살은 오를 대로 올라 푸석하지 않고 불포화지방산 어느 철보다 배나 늘었으니 영양가 만점에 소화도 끝내준다. 밥 한 술에 살점과 까끄라기 못잖은 잔가시를 툭 떼어 입에 물어 송곳니로 가져가면 살이 녹고 뼈가 잘게 부서져 고소한 향이 가득하다. 별로 씹을 일도 없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입을 놀릴 때마다 진한 육수가 꿀처럼 지그시 연신 흘러나오니 자지러지게 입안을 넉넉히 적셔준다. 머리꽁댕이도 내 차지다.
▲ 이번 추석 차례상에 올랐던 전어찜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 말’이니 전어(錢魚)다. 돈 고기가 따로 없다. 가을향기에 젖도록 남해안에서 서해안까지 궁한 서민 돈 냄새 맡으라고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광양으로 갈까나 보성녹차에 담가 먹을까나. 가까운 서천으로 가 궁상을 떨어보자.
싱싱한 회에 온갖 양념에 매콤하게 무친 무침이 기다리고 있다. 출출하면 무침에 밥 비벼도 좋으리라. 들길에 무서리 자욱하게 깔릴 즈음 발걸음 최촉하면 후회란 없다. 벌써 나는 시린 가을 바다로 달려가고 있다.
어김없이 차례상, 제사상에 올랐던 전어 몇 마리 사와서 소금물에 간하고 찜해 먹어도 이 풍요한 가을 쉬 감을 아쉬워하리라. 칼슘의 왕 멸치와 자웅을 겨루니 뼈가 시린 며늘 아가 어서 집으로 돌아 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