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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아내에게

민물찌 6 1,323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농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은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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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개기
더 늙어보소 그게 꿈이요 희망이 되는지를....
이정훈
전 아직 총각인디....노총각..ㅎㅎㅎㅎ
근데 여러 선배님들 말씀들을 들으니 지레 겁이 납니다...
역시 망태님 대단하십니다..
산골짜기 저수지에 움막지어놓고 눈만 뜨면 낚수하고 한잔묵고 디비자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대단 하십니다..
카리스마
자신의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까지도 남편에게 모두다 내 던진 헌신 적인 사람 들이 있다면 .............
그 사람이 바로 님의 아내입니다.
아내!
아내를 한 여인으로 보아 주세요.
그러면 님은 황제가 될것입니다.
<남의 여자 절대 탐내지 말고>
고주망태
몇일전 술마시고 운전했다고. 애들은 학교가고 없었는데....
점심밥 마주보고 먹다가 "좋은말로 할때 알아서 하소!!"

대답하기 싫어서 안하고 밥만 퍼넣고 있다가 맞아 죽을뻔 했슴다
마누라도 옛날 그여자가 아닌것 같습니다

애들 공부만 다 시켜놓고 나몬  내혼자 산골짜기 저수지에
도망가서 움막 지어놓고 눈만뜨면 낚수하고 한잔묵고 디비자고.....

그렇게 사는게 꿈 이자 희망 입니다~ㅎㅎㅎ
착한붕어
깊어가는 가을
이제 님(?)도 늙어가는것 같네요 ㅎㅎㅎ
기계가 녹쓸면 우찌되는지...
월동준비나 열심히 하세요
납회때 봅시다
해롱붕어
공감 합니다 .
처음에는 봐도 보고싶고.......
근데 지금은 무서버서 도망 다닙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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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9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댓글9 씁새 01-03 03:19 1316
1288 번출 밤 우찌된는지요? 댓글5 착한붕어 07-14 13: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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